중앙일보가 2011년 어젠다(국가 의제)로 제시한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 에 대한 갈채와 호응이 거침없고 뜨겁다.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91%가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종 공무원시험에 국사를 넣으라”고 지시했다. 어젠다 취지에 공감하며 ‘국사 필수과목’ 홍보대사를 자임한 각계 인사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가장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대에선 ‘세계의 나’를 알아야 하는데 ‘나’가 없으면 글로벌이고 뭐고 없는 겁니다. 글로벌 지식 경쟁력의 기초가 역사라고 봐야죠. 그걸 모르면 ‘정체성의 유랑민’입니다. 고교에서, 수능에서,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국사가 빠지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자기를 모르고 일류사회로 갈 수 없어요.”
그의 역사·문화적 감수성을 담은 『먼나라 이웃나라』는 1000여 만부나 팔렸다. 그는 세계사와 한국사를 연계하는 비교역사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세계사를 주로 그리는 이유도 한국사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다. 식민지 경험을 예로 들었다. “20세기 초 열강이 아니면서 식민지가 안 된 나라는 5개국(네팔·태국·에티오피아·라이베리아·스위스) 정도예요. 대개 지리적 이유 때문이죠. 강대국의 충돌을 막을 완충지대에 놓인 나라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식민지를 우리만의 특수 경험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아요. 식민지를 잘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식민지 이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나라가 독립하죠. 그 가운데 원조 받던 극빈국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발전한 건 우리가 처음입니다.”
국사 필수는 당연한 일이나, 주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다. “검정 체제에서 다양한 사관이 적용될 수 있어요. 하지만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면 안 됩니다. 이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그는 비교적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았다. 1975∼84년 독일 유학을 했고, 이후에도 매년 해외에 나간다. 일찍부터 대한민국 이미지의 ‘반전(反轉)’을 경험했다. 한국현대사는 성공의 드라마라는 것이다. 유학 당시 코리아 하면 대개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광주민주화운동과 독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코리아 이미지가 확 바뀐 걸 처음 느낀 건 1989년이다. “모스크바 공항의 모든 카트에 삼성 광고가 걸린 겁니다. 정말 놀랐어요. 삼성·현대·LG·대우 등 기업이 대한민국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었습니다. 21세기 들어 월드컵 축구, 김연아·박태환 등 스포츠 스타가 가세했죠. G20 정상회의 주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드라마가 제대로 교과서에 반영됐으면 좋겠습니다.”
배영대 기자
그림=이원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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