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9일 토요일

‘국사 필수과목’ 홍보대사 ④ 대교협 신임 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


“이승만이 뿌린 원자력 씨앗 박정희가 가꿔 오늘날 원전 수출 이런 역사 제대로 가르쳐야”

김영길 한동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약칭 대교협) 신임 회장으로 2일 취임하는 김영길 한동대 총장. 항공우주신소재 분야에서 주목받는 과학자인데, 그의 ‘역사 공부’에 대한 열정이 과학에 대한 것 못지않다. “다시 전공을 택하라면 역사를 꼽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거의 매월 역사를 좋아하는 대학총장 20여 명과 함께 전국 주요 유적지를 답사한다. “과거로의 여행이지만 오히려 미래의 지혜와 교훈을 얻곤 합니다. ”

 김 총장은 미국 유학과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생활을 포함해 모두 12년 해외 생활을 했다. NASA 연구원 시절 한국 국적으로는 처음 미국의 저명 과학자 인명사전에 수록된 바 있는 그는 ‘국적 있는 역사교육’을 강조한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고 했다. 과학자가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의 문제는 과학자가 속한 조국의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고인이 된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저명한 핵물리학자였던 고(故) 김호길 포항공대(현재 포스텍) 총장이 그의 형이다. 김호길 총장은 생전에 ‘조국에 봉사하는 과학자’를 강조했다고 한다. 미국 과학계에서 명성을 쌓아가던 형님은 1985년 전격 귀국하는데, 김 총장이 들려준 형님의 해외 유학과 한국 원자력발전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드라마틱한 역사 그 자체였다.

 “6·25전쟁이 끝나던 53년의 일입니다. 미국이 소련과 핵무기 경쟁을 하던 때인데,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개발은 지원한다’(Atom for Peace)는 대외 정책을 발표해요. 그 첫 수혜국이 한국입니다. 미 에디슨사의 시슬러 회장이 특사로 파견돼 이승만 대통령을 접견, 우라늄 1g과 석탄 1g을 보여주며 ‘이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면 석탄의 250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답니다. 원자력연구소 준공 비용의 절반인 7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전격 수용했습니다. 58년 공릉에 원자력연구소가 건립됐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까지 하겠다고 한 원전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원자력연구소 건설과 함께 56년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127명을 선발해 미국과 유럽에 국비 유학을 시켰다고 했다. 자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선 창의적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고 김호길 총장 역시 그때 선발돼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유학간 이들이 하나 둘 귀국해 조국의 과학 발전에 기여했고, 그 결과는 현재 한국의 원자력 수준이 세계 톱 클래스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대한민국 초기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진 과학 정책의 성공 사례입니다. 원자력의 씨앗을 이 대통령이 뿌렸다면 그 씨를 잘 가꾼 것은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이 같은 대한민국 과학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고 기억됐으면 합니다.”

  그는 이공계 학생이 60%인 한동대에 역사학자이자 이승만 대통령 전문가인 유영익 박사를 석좌교수로 초빙해 근현대사를 가르치게 했다. 우리 근현대사를 잘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대교협 회장으로서 대학에서도 국사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 간 협력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 김호길 총장의 바통을 이어 김영길 총장도 한국의 차세대 원자력발전에 기여할 꿈을 갖고 있다. 그의 꿈은 핵폐기물이 없는 ‘레이저 핵융합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 . “글로벌 최대 이슈인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한국이 푸는 날이 곧 올지 모릅니다. 녹색 성장이라는 비전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런 꿈을 가능하게 한 역사를 소홀히 하거나 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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