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 뿌린 원자력 씨앗 박정희가 가꿔 오늘날 원전 수출 이런 역사 제대로 가르쳐야”
김 총장은 미국 유학과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생활을 포함해 모두 12년 해외 생활을 했다. NASA 연구원 시절 한국 국적으로는 처음 미국의 저명 과학자 인명사전에 수록된 바 있는 그는 ‘국적 있는 역사교육’을 강조한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고 했다. 과학자가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의 문제는 과학자가 속한 조국의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고인이 된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저명한 핵물리학자였던 고(故) 김호길 포항공대(현재 포스텍) 총장이 그의 형이다. 김호길 총장은 생전에 ‘조국에 봉사하는 과학자’를 강조했다고 한다. 미국 과학계에서 명성을 쌓아가던 형님은 1985년 전격 귀국하는데, 김 총장이 들려준 형님의 해외 유학과 한국 원자력발전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드라마틱한 역사 그 자체였다.
“6·25전쟁이 끝나던 53년의 일입니다. 미국이 소련과 핵무기 경쟁을 하던 때인데,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개발은 지원한다’(Atom for Peace)는 대외 정책을 발표해요. 그 첫 수혜국이 한국입니다. 미 에디슨사의 시슬러 회장이 특사로 파견돼 이승만 대통령을 접견, 우라늄 1g과 석탄 1g을 보여주며 ‘이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면 석탄의 250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답니다. 원자력연구소 준공 비용의 절반인 7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전격 수용했습니다. 58년 공릉에 원자력연구소가 건립됐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까지 하겠다고 한 원전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원자력연구소 건설과 함께 56년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127명을 선발해 미국과 유럽에 국비 유학을 시켰다고 했다. 자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선 창의적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고 김호길 총장 역시 그때 선발돼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유학간 이들이 하나 둘 귀국해 조국의 과학 발전에 기여했고, 그 결과는 현재 한국의 원자력 수준이 세계 톱 클래스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대한민국 초기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진 과학 정책의 성공 사례입니다. 원자력의 씨앗을 이 대통령이 뿌렸다면 그 씨를 잘 가꾼 것은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이 같은 대한민국 과학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고 기억됐으면 합니다.”
그는 이공계 학생이 60%인 한동대에 역사학자이자 이승만 대통령 전문가인 유영익 박사를 석좌교수로 초빙해 근현대사를 가르치게 했다. 우리 근현대사를 잘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대교협 회장으로서 대학에서도 국사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 간 협력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 김호길 총장의 바통을 이어 김영길 총장도 한국의 차세대 원자력발전에 기여할 꿈을 갖고 있다. 그의 꿈은 핵폐기물이 없는 ‘레이저 핵융합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 . “글로벌 최대 이슈인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한국이 푸는 날이 곧 올지 모릅니다. 녹색 성장이라는 비전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런 꿈을 가능하게 한 역사를 소홀히 하거나 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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