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2일 화요일

‘국사 필수과목’ 홍보대사 ⑦ 피아니스트 서혜경


“음악인도 영웅 필요 … 국사에서 배운 것 많아”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모든 사람에겐 영웅이 필요하다. 국사 교육 없인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음악인은 물론 한 인간으로서 국사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러·일 전쟁 당시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가 쓴 기사가 있어요. 최강의 러시아 발틱 함대를 궤멸시킨 일본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에게 ‘영국 넬슨, 조선 이순신과 비교된다’고 하자 헤이하치로 제독이 ‘이순신과 비교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는 거예요. 그만큼 이순신 장군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뜻이죠.”

 피아니스트 서혜경(51)씨는 이순신 장군의 오랜 팬이다. 어린 시절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피아노와 평생 함께한 삶과 언뜻 어울리지 않는다.

 “중 2 때 아버지 사업 때문에 일본에서 1년 동안 학교를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 조선침략과 식민역사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 것을 보고 어린 나이에도 분노했어요.” 서씨가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갔지만, 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역사 공부가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영웅을 찾게 됐다.

 -왜 이순신인가요.

 “사실 저도 언젠가 왜 이순신이 저를 그토록 매혹했을까 궁금했어요. 기질적으로 이순신 장군과 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 어떤 일에도 지지 않는 정신이랄까요. 제가 세계 무대에서 피아노 치면서 했던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거든요. 저는 피아노의 이순신이 되고자 했어요. 정말 어지러웠던 정치 상황에서도 홀로 제대로 된 길을 가신 분이잖아요. 저도 장군처럼 세계에서 1등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미국·일본에서 독주회 할 때 무대에 태극기 꽂고 했던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

 -개인적 동기로 역사를 공부한 셈이네요.

 “맞아요. 역사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 자신에게 힘과 목표를 설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특히 절대적이라 생각해요.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 갔을 때는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죠. 외국에선 한국을 잘 몰랐어요. 국제콩쿠르에 나가면 심사위원들이 나를 떨어뜨리고 자국이나 힘센 나라 연주자를 우승시키려 하는 게 눈에 보였고요. 그때마다 저의 영웅을 떠올렸죠. 음악가로서 역사를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인간으로서 역사를,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서씨는 수많은 난관을 이겨냈다. 암 투병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33번의 방사선 치료와 대수술, 8번의 방사선 치료를 거쳤다. 2008년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재기했다.

 “큰 병을 앓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인간의 생명이 너무나 유한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받은 것들, 부모님과 사회·국가에 많은 것을 돌려주자는 생각으로 살게 됐어요. 후배들에게 국사 교육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다면, 그 또한 저의 큰 보람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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