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의 역사 왜곡, 내 역사 모르면 어떻게 맞서나
평생 국사 연구·교육에 종사했고,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2008~2010)을 지내며 “우리 역사를 우리가 소중히 하지 않는데 누가 아껴주겠느냐”고 글과 말로 수없이 강조해온 그다.
“내 역사를 모르면서 다른 나라가 우리 역사를 왜곡할 때 무엇을 근거로 반박합니까.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 벌어질 때만 반짝 신경 쓰고 말곤 하지요. 일본의 상식과 양심을 바라는 일은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자신이 준비를 철저히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지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피해의식의 뿌리가 깊은 것이죠. 피난처를 마련하기 위해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생각이 일본인의 의식에 깔려 있습니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를 한국인이 돕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양국의 역사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자들이 더욱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고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정부도 외교력을 강화해야죠. 결국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게 시급하고도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정 교수는 올해부터 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고교 졸업이 가능할 수 있게 된 현실에도 비판적이다. 국사 교육의 내막을 잘 알기에 더욱 답답해했다. 그 답답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사학계 외부에 대한 것이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국사 시간을 축소하고 없애는 일을 주도한 사람들의 단견(短見)이다. “한국인의 뿌리인 내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없이 어떻게 세계화의 파도를 헤쳐갈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하나는 국사학계 내부와 관련된 것이다. 국사 교과서 내용의 문제다. 우리 교과서에 이념적 편향이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전히 식민사관 아니면 좌파적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교과서인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국사학계의 역량을 모두 모아 국민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정 교수는 교과서 필자들의 의식과 능력을 강조했다.
“기존 교과서를 그대로 답습하는 관행을 벗어나야 해요.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야 하고요. 교과서 검정 가이드라인을 보다 더 정밀하게 해야 합니다. 단지 몇 개의 단어나 표현이 들어갔는가 빠졌는가 정도의 수준으로는 안돼요. 전체의 흐름과 서술의 비중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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